2025-07-16 알라딘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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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5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완독.

이노우에 마기의 2015년작입니다. 데뷔는 [사랑과 금기의 술어논리]로 했는데, 이건 국내 번역 정발이 안 된 것 같아요.

기적을 믿는 탐정 우에오로 조가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주어진 사건에서 설득력 있는 모든 설명이 성립하지 않음을 증명하여 기적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고 논증하는 작품입니다. 이런 설정으로 인해서 전제 자체가 다른 추리소설과 다르고, 그런 점에서는 일종의 특수설정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중추리물의 고전 [독초콜릿 사건]과 유사하면서도, ‘주인공의 목적을 이렇게 설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많이 나와요. 구체적인 내용은 스포일러 포함 리뷰에서 다루겠지만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었어요. 이번 달에 책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습니다만(이 시점에서 세이료인 류스이의 [조커]를 약 1/3가량 읽은 걸 포함하면 6.33권가량 읽었네요),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최고로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후속작인 [성녀의 독배]가 평가가 더 좋아서 읽어 봐야 알겠습니다만…

캐릭터는 다들 매력적이고, 글은 훌륭합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제법 가볍지만, 무거울 때 무거울 줄을 알아요. 라이트노벨의 느낌이 제법 있습니다만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핵심은 추리죠. 사건의 개요는 정말 간략하게 주어지는데, 여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건 다 뽑아냅니다. 그리고… 줄거리의 구체적인 설명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기는 어렵겠지만, 후반부가 아주 좋았어요. 전반~중반부만 있었으면 그냥 범작이었을텐데 말이죠.

좋은 이야기만 하면 물리죠. 안 좋은 이야기를 조금만 하겠습니다. 중국어가 많이 들어가서 주의가 산만해지는 걸 단점으로 많이들 꼽는 듯한데, 글을 제법 잘 쓴다고 느껴서 그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아쉬운 것은 결말부에요. 이렇게 끝내면 깔끔하긴 한데, 이렇게 끝냈을까? 다른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거든요. 그게 없었던 건 좀 아쉽네요. 그렇지만 제가 못 떠올리는 아이디어를 못 떠올렸다고 아쉽다고 하는 건 좀 치사하죠?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걸작이다! 라고 하기에 약간 모자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엄청나게 좋은 작품인 것은 사실입니다. 왜 이걸 이제 읽었을까요? 정말 아쉽네요.


이 지점 밑으로는 책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야오푸린에게 1억 4231만엔의 빚을 진 탐정 우에오로 조는 기적을 믿는 탐정입니다. 어떤 사정으로 인해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하죠. 그리고 우에오로 조가 선택한 방법은 설명 가능한 모든 방법을 배제하는 것입니다. 모든 가능성이 배제되면 일어난 사건은 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우에오로 조의 탐정 사무소에 와타라세 리제라는 여성이 찾아와서 사건을 의뢰합니다. 리제의 기억은 이렇습니다. 15년 전, 사이비 종교단체 교주와 신자들이 모여 살던 외부와 거의 단절된 마을에서, 리제는 자신을 제외하면 마을의 유일한 어린이인 오빠 도우니를 의지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도우니는 마을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리제 또한 데리고 탈출하고 싶어합니다. 어느 날 지진이 나 마을 한복판을 흐르던 강물이 더는 흐르지 않게 되고, 교주는 이것을 ‘신의 계시’로 판단, 배전에서 신자들이 기도하게 한 뒤 모두 도끼로 목베어 죽이고 화염 속에서 자살하려 합니다. 배전에서 기도하던 리제는 도우니의 도움으로 사당으로 도망칩니다. 도우니의 품에 안긴 리제는 무언가 둥그런 물체를 안고 옮겨지던 와중 정신을 잃고, 사당에서 정신을 차린 리제의 눈 앞에 있던 것은 도우니의 잘린 머리와 몸통이었습니다.

도우니의 목은 마을에서 사용하던 단두대를 사용해 잘린 상황. 그러나 단두대는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누가 도우니의 목을 어떻게 자른 것인지, 그리고 왜 도우니의 목이 잘린 것인지. 와타라세 리제 자신이 죽인 것은 아닌지. 어쩌면 도우니가 기적을 일으켜, 자신의 목을 리제의 품에 안기고 사당에 데려다 놓은 뒤 사망한 것인지. 리제는 그것을 알고 싶었습니다.

며칠간의 조사 후, 우에오로 조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했다며 이 사건이 기적임을 선언하고 와타라세 리제에게 두꺼운 보고서를 통해 설명하려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그 사람들이 자신의 추리를 선보이면 우에오로 조가 그것을 반박하는 식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하나씩 나타나는 사람들’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명 등장 후 퇴장, 또 다른 한 명 등장 후 퇴장, 이런 식의 반복을 예상했는데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등장인물도 추가돼요. 후반부 추기경에 의해 제시되는 의혹까지 많은 것이 깔끔하게 모여드는 구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아무튼, 우에오로 조의 ‘기적에 대한 증명’ 특성상, 우에오로 조가 틀렸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간단합니다. “이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 방식이 존재한다”는 존재성 증명만 하면 그만이죠. 부재의 증명은 원래 악마의 증명입니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이 설정으로 인해서 ‘실제 일어난 일이 아무리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한들, 그것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만 하면 된다’는 일종의 특수 설정이 붙는다는 겁니다. 실제 일어난 일을 재구성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기적인가 아닌가를 증명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에요. 한편 우에오로 조는 이것이 이미 고려되었다는 것, 자신의 ‘보고서’에 들어있거나 보고서의 논지를 해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 목표가 되겠습니다.

아, 각 가능성에는 멋들어진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죠. 쓸데없는 잡스러운 이야기가 많아요. 저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