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위키피디아 항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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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8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완독.

본격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사회파의 느낌이 강하네요. 뭐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파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2011년작이지만 2025년인 현 시점에서도, 아마 앞으로도 크게 공감해가며 읽을 수 있을 겁니다.

트릭은 간단하지만 명쾌하고 예상가능합니다. 이런 작품에서는 보통 홍보용 호들갑이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죠. 별 게 없다는 점만 넘기면 괜찮습니다. 다만 사회파로 생각하면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느끼는데, 이 부분이 평가를 좀 낮춥니다. 약점이 무엇인지는 밑의 스포 포함 후기에 적습니다.

트릭이나 추리의 짜릿함보다는 퍼져나가는 음습한 분위기를 즐기는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릭이나 추리에서 취약한 부분도 없는지라,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이 지점 밑으로는 책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로써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와 “사적재제의 위험성”으로 읽었습니다. 두 토픽 모두 중요한 소재이며 답이 나올 리가 없는 문제죠. 작중에서도 뚜렷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이건 별 문제가 안 됩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오마에자키 무네타카가 도마 가쓰오의 타겟으로 지정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어떤 메시지를 주나요? “사적재제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처벌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죠. 그냥 “애먼사람 죽이지 마세요”입니다. 이 책의 최종 문장은 “사적재제고 정신질환자 사회복귀고 난 모르겠고 무관계한 사람 죽이지 말자” 정도로 읽힙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350쪽의 책을 쓸 필요는 없죠.

그렇다고 이 반전이 모든 것을 뒤엎는 수준도 아닙니다. 즉, 최후의 반전이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두었다기에는 메시지가 꼬이고, 한편 반전에 초점을 두었다기에는 반전이 미묘합니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어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좀 더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나쓰오의 성폭행 피해 장면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뭐, “그럼 사람 죽이는 장면은 필수였냐”는 이야기도 가능하지만, 이 책이 연쇄강간범 소설은 아니잖아요.

이런 부분들이 책에 대해 주는 인상을 다소 깎아먹기는 하지만, 명백한 이 작품만의 장점은, 그것도 많이, 존재하고, 이 책을 좋은 작품으로 만듭니다.

책의 구조에 대해서 볼까요. 구성은 간단합니다. 기괴한 살인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남겨진 쪽지 등에 기반해 수사부에서는 공통범의 소행으로 판단합니다. 이 공통범에 언론은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사건의 유형으로 미뤄보아 힘이 센 남성으로 추정하고, 또한 피해자의 이름으로 미뤄보아 개구리 남자는 이름의 첫 글자가 일본어 50음도 순이 되도록 살인 목표를 정한다고 추정하죠. 이 50음도라는 규칙성이 세간에 알려지자 세상은 공황 상태에 빠지고, 경찰서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린치마저 시작됩니다. 이 와중에 우리의 고테가와 가즈야는 도마 가쓰오를 보호하는 우도 사유리와 썸을 타고… 제 생각에는 머릿속에서 거의 결혼까지 한 것 같습니다.

범인을 특정하는 유일한 수단은 네 번째 살인에서 생긴 손가락의 상처입니다. 고테가와 가즈야는 도마 가쓰오의 손가락에 아무런 상처가 없고, 반면 우도 사유리의 손가락에는 상처가 있는 것을 통해서 우도 사유리를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추리 소설의 반전”으로는 적합하지만, “추리”로는 적합하지 않죠. 그냥 생긴 상처라고 둘러댈 수 있으니까요. 물론 피해자의 어금니 쪽에서 체조직을 이미 수거해 갔으므로 DNA 검사를 해 보면 명확해지겠지만, 아무튼 “명백히 벗어날 수 없는 추리”라기보다는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심의 대상을 전환하는” 종류의 추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이후 오마에자키 무네타카를 배후자로 지목하는 부분은, 작중에서도 지목했듯이, 논리 없이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거고요.

메타적으로 읽어볼까요. 추리소설에서 “개구리 남자”라는 식으로 성별과 연령대(청~장년)를 명확히 하는 경우, 명확하게 이것이 증명되는 요소(DNA나 체액 등)가 없다면 대부분의 경우 빗겨갑니다. 즉, 여성이거나 미성년자, 노인이라는 말이죠.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서 “범인”으로 칭해질 수 있는 사람은 미성년자, 여성, 그리고 노인이라는 점은 재미있습니다. 아무튼, 범인이 지속적으로 “개구리 남자”라고 지칭된다는 점에서 범인의 범주를 다소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